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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병원 출산 후기 (테네시 멤피스)





우리 사랑하는 아이를 출산한 지도 벌써 일주일이 되었다. 정신없이 꿈속을 헤매다 돌아온 것 같다. 몸은 피곤했다. 미국과 한국을 일주일 사이 2~3번은 왕복하면서 느끼는 jet lag이랄까. 아빠의 피곤이 이 정도인데, 출산한 엄마의 고통은 어찌 말할 수 있을까? 한 여인의 출산하는 장면을 보면서 인체의 신비, 아내의 소중함, 생명의 경이감, 하나님의 사랑을 온전하게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이제야 어른이 된다.

132일째 - 아내는 한국 여행에서 돌아와서 미국병원 방문. 미국 산부인과 주치의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검사 및 진료기록을 제출. 한국에서 영문으로 서류를 가져오는 것이 중요. 개인적으로 3-4페이지에 걸쳐서 영문 요약본을 드림. 초음파로 아이의 성별을 드디어 확인! 이쁜 우리딸. 엄마와 좋은 친구가 되어다오~~ 미국은 한국처럼 초음파를 자주 보지 않음. 출산까지 많아야 4-5번. 한국에서는 거의 매주 초음파를 보면서 안도를 하고 새로운 걱정도 생김. 장단점이 있음.

136일째 - 산부인과 의사비용으로 $1,300을 납부. 자연분만이든, 유도분만이든 제왕절개이든 의사 비용은 이것으로 끝. 병원비, 마취과 (에피드롤) 비용은 추후에 처리해야 함. 돈을 납부하니, 이제 미국에서 출산을 하는 게 실감이 남. 당분간 2주에 한 번 의사를 만나고, 출산이 임박하면 일주일에 한 번 의사를 만남.

168일째 - 좋은 유모차와 카시트를 구입. 미국에서 카시트는 매우 중요. 카시트없이는 신생아를 퇴원시켜주지 않음. 노후된 카시트는 거절당함. 카시트에 대해서는 밑에서 다시...

169일째 - 근처 캠핑장으로 가볍게 1박2일 캠핑을 다녀옴. 향후 세번의 “태교캠핑”을 위한 전초전. 아내의 몸에 최대한 무리가 가지 않게 신경을 씀. 특히, 벌레에 물리지 않도록.

184일째 - 플로리다 펜사콜라로 6박7일의 여행을 떠남. 처음 2박은 호텔. 나머지 4박은 캠핑카에서. 아내와 태아의 안전을 위해서 2시간에 한 번은 휴식. 하루 4시간 이하로 운전.

192일째 - Target에서 Baby Registry를 하고 Welcome Kit을 받다. 발품을 팔면 신생아때 필요한 젖병 및 기저귀가 어느정도 충족됨. 씨밀락, 엔파밀, 월마트, 아마존등에서도 Welcome Kit을 받을 수 있음.

195일째 - 무시무시한 임신성 당뇨 (임당)검사. 1차 실패. 무거운 마음으로 일주일을 보냄.

203일째 - 임당 2차검사. 무사히 통과. 그래도 단 음식은 조심. 그렇지 않으면 신생아가 비만아나 거대아로 나올 수 있음.

208일째- 요가볼을 구입. 매일 30분 산책을 하고, 요가볼로 골반의 피로를 풀어줌.

213일째 - 7박8일 애틀란타 태교여행. 앨라바마 헌츠빌, 테네시 차타누가, 조지아 애틀란타로 갔다가 다시 멤피스로 돌아오는 일정. 역시 운전은 하루에 4시간 미만. 2시간마다 휴식.

223일째 - 3D로 초음파로 아이 얼굴을 확인. 한무씨를 닮아서 아내와 무척 실망^^;;

232일째 - 출산 병원 투어. 분만실과 회복실을 둘러봄. 미국은 분만실(1인실)에서 출산을 기다리고 자궁문이 열리면 바로 같은 장소에서 분만을 함.

241일째 - 3박4일 내쉬빌 태교여행. 마지막 태교여행. 아내가 좋아하는 먹방으로 장식.

248일째 - 아내와 본격적으로 동요 “공부”에 돌입. 사십대 중반에 “앞다리가 쭈욱~ 뒷다리가 쭈욱~”^^;;

249일째 - 보험으로 커버되는 유축기를 신청함. 무료로 $200 상당의 Medela 유축기를 받음.

250일째 - 산후조리 음식을 틈틈이 준비. 미역국을 20인분씩 끓여서 얼리고, 반찬도 얼리고, 피자도 얼리고, 한 달간 생존할 수 있도록 준비. 개인적으로 아내 산후 조리를 위해서 직장에 육아휴직을 냄. 혼자서 잘 감당할 수 있을 지... 오직 기도하면서...

251일째 - 아이의 얼굴을 3D로 확인 한무씨는 아닌 것으로 확인. 다행. 아내 어릴 적 모습이 보여서 다행. 나를 닮지 않아서 또한 다행 ^^;;

254일째 - 출산까지 한 달이 남지 않은 상황. 본격적으로 아이 옷, 속싸개등을 아이 전용세제로 빨면서 준비. 처음은 손빨래로 해야한다는 아내의 고집에 내 팔목이 나감^^;;;

257일째 - 몸이 무거워져도 아내 산책을 시켜줘야 함. 아이가 밑으로 내려오는 것도 도와주고 무엇보다도 산모가 마지막에 젖먹던 힘까지 써서 아이를 밀어내는 체력을 길러줌. 정말 중요!!!

261일째 -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아빠는 백일해, 파상풍, 디프테리아 접종을 함. 요 주사 조금 아픔. 그래도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이까짓 정도야...

264일째 - 아내가 우리 부부가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놓인 다리를 건너를 꿈을 꿈. 무사히 건넜다고 함. 우리 둘이 힘을 합쳐서 잘 해보세. 우리는 한 팀이니!

266일째 - On Alert. 언제든 아이가 나올 수 있는 38주가 됨. 아이는 물론 폐호흡도 할 수 있다고 함. 아내의 양수가 터지거나 산통이 본격적으로 오면 당황할 수 있으니, 미리 단계별로 해야할 일을 정리해서 냉장고에 붙여둠. 병원에 입고 갈 옷도 미리 준비함. 병원에 들어가면 3~4일은 집에 돌아오지 못하니, 음식물 쓰레기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 Disposal에 음식물 쓰레기는 갈거나, 외출을 나갈 때 적당한 곳에 버림.

271일째 - 미리 싸두었던 출산 가방을 다시 정리. 항상 차에 가지고 다녔는데, 다시 꺼내서 정리함. 마실 물, 아빠 간식, 엄마 및 신생아 옷, 세면도구, 전자제품 및 충전기. 참고로, 미국 분만실에서 음악을 틀어 놓을 수 있으니 집에서 듣던 음악을 준비해가면 산모 및 신생아의 안정에 도움이 됨. 40여곡을 준비해서 출산 2주부터 반복해서 들음. 결론적으로 음악이 많은 도움이 되었음.

272일째 - 아빠는 미니마우스 인형을 이용해서, 기저귀 가는 법, 목욕시키는 법, 속싸개로 아이를 싸는 법을 연습함. 아내가 돕고 유투브 시청으로 감을 익힘.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결국 이 둘은 다르더이다^^;;;

277일째 - 병원에 연락을 하고 예약을 해서, 카시트 확인 받으러 감. 갖고 있는 카시트가 적당한 것인지 장착은 잘 했는지를 확인 받음. 지인에게 받은 오래된 카시트와 새로산 카시트를 가져갔는데 오래된 카시트는 불합격, 새로산 카시트만 합격. 새로산 카시트 장착을 간호사 세 분이 도와주심. 미국은 각 주별로 카시트 장착을 도와주는 제도가 있음. Fire Department에서 주로 함. 전화로 예약은 필수.

279일째 - 출산예정일 몇 일 전. 의사 선생님 마지막 방문. 20여분간 자궁수축과 태아의 심장박동을 동시에 확인. 자궁수축은 없고, 태아는 건강함.

281일째 - 출산예정일 하루 전. 교회 식구들이 아내를 위해 베이비 샤워를 해줌. 유학생 때 다른 사람들 베이비 샤워만 해주었는데... 이런 날도 있음. 감사에 눈물 찔끔.

282일째 - 아내는 가진통이 옴. 가진통과 진진통을 구분하는 것이 필요. 출산을 준비하는 것이 좋은 의미로 “시한폭탄”을 손에 든 기분. 실제로 “무시한폭탄” 언제 터질지 모름. 불안과 설레임. 딱 그 중간.

283일째 - 내일 유도분만하러 병원에 입원하기로. 아내도 떨리는 지 밤새 뒤척임. 나도 거의 뜬눈으로 지샘. 이제 하나님께 맡기는 수밖에.

284일째:
저녁 8시 - 병원에 입원. 다행히 출산 병원이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어서 마음을 놓았음. 입원 수속에 시간이 걸림. 아내 먼저, 병원 관계자를 만남. 의사소통 때문에 내가 필요하다고 해도, 아내 혼자만 데려감. 나도 아내도 조금 불안. 내 이름이 불려짐. 병원비 사항은 아내가 잘 모른다고 남편이 필요하다고 함. 자연분만 총비용은 $18,000. 보험이 있어서 내가 내야할 금액은 $1,800. 의사에게 낸 비용에 내 Deductibles이 $1,000이라서 $400정도만 지불. 다시 아내만 간호사가 분만실로 데리고 감. 나는 다시 대기실로. 나중에 들어보니 한국 통역을 영상으로 불러서 의사 소통을 했다고 함. 그래도 병원 입원 전에 필요한 영어 표현은 아내에게 숙지 시킴.

저녁 9시 - 1시간여가 지난 후에 아내가 있는 분만실로. 아내는 이미 온몸이 몇 대의 기계에 연결이 됨. 자신의 의사도 묻지 않고 주사 바늘을 찔렀다고 아내가 불쾌해함. 간호사 한 명이 남아서 아내가 먹는 비타민 등의 약에 대한 정보를 물어봄. 몇 개의 모니터를 통해 자궁수축 및 태아의 상태 등을 확인. 남편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내옆에서 대기하면서 아내의 상태와 모니터를 지켜봄. 유도분만은 내일 새벽 4시에 예정됨.

저녁 10시 - 간호사 내진을 통해 자궁문이 벌써 1cm 열린 것을 확인. 진통도 없이 자궁문이 열리다니 둘이 신기해함. 분만실답게 엄청 추움. 아내는 다른 한 생명을 품고 있어서인지 춥다고 하지 않음. 나는 준비해간 긴팔 옷을 하나 더 끼어 입고 긴 밤을 준비함. 준비한 작은 스피커에 출산 음악을 잔잔하게 틀어놓음. 아내가 편안해함. 지인들에게 아내의 입원 사실을 알리고 기도를 부탁함. 한국에서 미국에서 기도의 물결이! 이제 믿을 구석은 하나님뿐. 우리 아이를 만들어 주신 분인데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게 도와주실 것을 확신.

저녁 11시 - 아내가 목이 마르다고 함. 하지만, 물을 줄 수는 없음. 준비해 간 시원한 보리차가 무색한 시간. 대신 병원에서 얼음 알갱이 (ice chips)를 가져다 줌. 냄새에 민감해진 아내는 수돗물 맛이 느껴진다고 안 먹음. 대신 준비한 빨대로 틈틈히 아내의 입에 보리차로 입을 축여줌. 간호사 몰래. 물을 못 마시게 하는 이유는 위에 음식물이 남아 있으면 출산 시 모두 개워낼 수 있다고 함. 보리차에 빨대, 추천함.

저녁11시 반 - 모니터에서 이상 신호 발견. 그래프가 춤을 추더니 일정한 간격이 생김. 간호사는 아내가 진통이 시작되었다고 함. 아내는 통증이 없다고 함. 수축은 있어도 통증이 없으면 얼마나 좋을까? 에피드롤 주사를 맞지 않고도.

자정 - 갑자기 허기가 몰려옴. 준비한 맥반석 계란과 팟빵을 물과 함께 마심. 아내는 얕은 잠에 빠짐. 내가 건강해야 아내와 아이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에 계란을 한 입에 털어 넣고 아내와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봄. 하지만 나도 무거워지는 눈커풀은 어쩔 수 없음.

285일째 :
새벽 0시 5분 - 아내가 진통을 느끼기 시작함. 아내의 자궁 수축을 도와줄 오시토신 주사와 모니터를 설치.

새벽 1시 - 아내의 양수가 터짐. 무언가 밑으로 왈칵 물이 쏟아진 느낌을 (gush) 받았다고 함. 간호사를 불렀더니 진단 시약에 양수를 묻혀감. 이곳 간호사들은 한 번 가면 종종 무소식. 불러도 일부러 빨리 오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듬. 어쨌거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음.

새벽 2:30분 - 아내의 통증 악화. 온몸이 덜덜 떨리다. 자궁수축 모니터도 널뛰기를 함.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통증이 올 때 아내에게 내 손가락 두개를 맡기는 일. 아내의 통증에 따라 내 손가락도 부서져 나감. 엄지와 검지, 검지와 중지를 번갈아 가면서 맡김. 아내여, 나도 아프다. 예정된 유도분만 없이도 양수가 터지고 진통이 시작되어서 하나님께 감사. 집에서 양수가 터지고 진통이 시작 되었으면 나는 아마도 패닉 상태에 빠졌을 것임. 에피드롤 주사를 간호사에 물어봄. 아직은 좀 이르다는 답변이 돌아옴. 링겔 주사 중 하나가 있는 데 1.5개를 다 맞고 자궁문이 3~4cm가 열리면 에피드롤 주사를 맞을 수 있다고 함. 아내의 통증이 안스러워서 여러번 질문을 해도 같은 답변이 돌아옴.

새벽 3시 - 아내의 통증이 심해지고 이까지 악다물면서 통증이 한계에 다다름. 간호사를 불렀더니 향정신성 진통제인 Stadol 1mg 주사를 놓아 줌. 때를 기다렸다가 자궁이 수축될 때 주사를 놓아야 아이에게 까지 약이 덜 들어간다고 함. 진통제를 맞고 나서 아내의 통증이 7 (0-10중)에서 3으로 떨어짐. 참고로 통증의 수치를 계속 물어보는데 0-10까지 중에서 산모가 직접 대답할 수 있어야 함. 이정도 영어는 할 수 있어야 함.

새벽3:30분 - 자궁문이 3~4cm열림. 하지만, 링겔 주사를 하나를 다 맞아야 한다면 기다리라고 함. 링겔 주사를 맞는 이유는 에피드롤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혈압강하를 막는 데 있음. 하체에 마비가 오는 것은 물론이고 (이는 부작용이 아닌 작용) 오한까지 올 수있다고 함. 예전에 통역을 해주러 분만실에 간적이 있었는데, 그 때 산모는 오한으로 고생했음. 그 때의 우리 득이는 잘 자라고 있다고 함. 감사!

새벽 4시 - 통증이 7로 악화됨. 간호사를 불러 화장실을 가겠다고 한 게 화근. 통증 속에 화장실을 다녀온 후 아내에게 오한이 듬. 미리 알았다면 bed pan을 사용하겠다고 할 것을. 이를 이용해서 침대에서 그냥 볼 일을 볼 수있음. Stadol주사를 요청.

새벽 5시 - 한 시간이 지나서야 간호사가 Stadol주사기를 들고 등장. 너무 느리다. 산모는 이렇게 아픈데... 에피드롤은 새벽 6시 경에 맞기로.

오전 7시 - 간호사가 바뀌다. 인수 인계를 받은 간호사가 에피드롤 맞을 준비를 해줌. 마취과 의사들이 방문. 에피드롤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해준 뒤. 다시 주사기를 들고 방문. 당황스러운 것은 통증이 7~8인 산모에게 일어나서 침대 맡으로 걸어가서 다시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앉으라고 함. 간호사도 아내를 안아주거나 잡아주지 않음. 나중에 아내는 이 간호사에 매우 실망함. 아내의 고통이 극에 달함. 보는 내내 안스러움. 에피드롤 수치를 12로 고정하고 통증이 더 심할 때 누를 버튼을 따로 줌. 버튼을 누르면 마취액이 조금 더 나온다고 함. 아내는 애기에게 안좋은 영향이 있을까봐서 따로 버튼을 누르지 않음. 에피드롤을 맞은 후 30분이 지나자 아내의 통증이 신기할 정도로 사라짐. 분명 자궁수축 모니터는 널뛰는 데 아내는 쌔근쌔근 잠에 빠지다. 참고로 에피드롤 주사를 맞을 때 절대로 움직이면 안됨 (be still). 마취과 의사 둘이 왔는데, 산모는 아픈데 간호사와 농담 따먹기를 함. 나에게 말을 걸어서 어디서 왔고 여기는 왜 왔고 여기서는 무슨 일을 하는지 묻더니, 내가 대답하자 갑자기 공손해짐^^;;

오전 7:30분 - 산부인과 주치의 방문. 다른 분이 애기를 받을 줄 알았는데, 안면이 익은 주치의 방문에 나도 아내도 마음이 놓임. 매사에 긍정적인 주치의 덕에 아내는 이제야 한 숨을 돌린 듯한 표정이 역력. 자궁문은 4cm열림.

오전 8시 - 오줌 주머니 설치. 에피드롤을 맞고 난 후 어쩔 수 없는 선택. 통증은 3으로 떨어짐. 감사.

오전 9:15분 - 병원에서 $400을 수금해가다. 병원 정책상 미수금이 많아서 그런지 수금에는 철저하다고 느껴짐. 출산도 하기 전에 수금하러 왔으니. 마취가 의사의 에피드롤 주사 비용은 따로 청구가 된다고 함. 의사, 병원, 마취과 해서 모두 $3,000정도 될 듯함. 물론 out of pocket 비용으로.

오전 11시 - 자궁문이 9cm가 열림. 출산이 임박함. 나는 바로 아기가 나올 줄 알았음.

오후 12시 - 의사가 들름. 오줌 주머니에 피가 보인다며 출산이 임박했다고 함.

오후 1시 - 자궁문 10cm가 열림. 아내의 푸쉬가 시작됨. 주치의 병원이 차로 10분 거리에 있어서 간호사에게 산모를 도와서 먼저 푸쉬를 하라고 함. 나와 간호사 단둘이서 아내의 푸쉬를 도움. 매우 어색한 상황. 아내의 푸쉬를 돕다가 나의 왼쪽 무릎과 오른쪽 허리에 무리가 감. 몇 일 동안 고생. 아내는 몇 번의 푸쉬에도 이미 탈진. 안되겠는지 간호사는 의사에게 연락함. 아내의 푸쉬를 도와주는 내내 나는 아이가 의사없이 갑자기 나오면 어쩌나하는 불안감에 간호사에게 의사는 안 오는지 채근함. 여전히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었음.

오후 2시 - 의사가 나타나고 푸쉬를 하자, 아이의 머리가 보임. 나도 아이의 머리를 보자 감격함. 푸쉬를 풀면 아이의 머리는 다시 쏘옥 들어감. 의사는 자기의 가운을 보자 아내의 푸쉬가 활발해졌다고 좋아함.

오후 3:16분 - 드디어 우리 아이가 태어남. 결혼 16년 만에 첫 아이가. 하나님이 주신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남. 머리만 먼저 나오고 아내가 다시 푸시를 하고서야 의사가 아이를 조심히 끌어냄. 아이의 우렁찬 울음 소리가 병실에 가득 메우다. 나와 아내는 울음을 터트리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울음. 안도의 울음. 감사의 울음. 생명의 신비에 대한 경외의 울음. 아빠가 태줄을 자르다. 정신은 없어도 그것이 어떤 의미인 것을 알 수 있음. “아이야,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아빠가 많이 도와줄게~~”

오후 3:20분 - 연락을 받은 주위 간호사들이 일제히 병실로 몰려와서 일사분란하게 아이의 출산을 돕다. 매우 조직적이고 효율적이다. 아이, 산모, 아빠의 팔에 같은 번호가 적힌 손목줄을 달다. 혹시 아이가 바뀌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 아이의 태지를 닦고 입, 코, 기도에 있는 이물질을 제거하고는 엄마 품에 다시 안기다. 엄마는 계속 눈물이 난다. 아빠도. 한 참을 울던 아이도 엄마 품에 안기고는 울음을 멈추었다. 신기한 것은 태교를 하면서 아이에게 성경을 읽어주고 노래를 불러주던 내 목소리를 아이가 인식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울던 아이도 내 목소리에 반응하면서 울음을 멈추곤 함. 감사함.

오후 4시 - 아이의 몸무게와 키 등 간단한 수치만 확인한 뒤 아이는 다시 엄마 품에 안김. 이렇게 두시간은 아이와 엄마는 skin-to-skin의 시간을 통해 교감. 그 동안 아빠는 사진과 동영상 촬영 그리고 주위에 소식 전하기에 분주. 여전히 얼떨떨. 꿈이 아니길.

오후 6시 - 두 시간이 지나고 세 식구는 4층에 있는 회복실로. 엄마는 휠체어에 타서 아이를 안고 간호사가 휠체어를 밀고 나는 짐을 들고 뒤따른다. 분만실에 남겨진 짐은 없는 지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분만실에 우리 세 식구의 피와 땀만 남겨 놓고 인생의 새로운 여정에 들어선다. 앞으로 항상 웃는 일만 있을 수는 없겠지만, 선하신 하나님만 믿고 의지하며 나간다. 아내여, 아이여 모두 수고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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