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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대/줌파 라히리


The Lowland / Jhumpa Lahiri (저지대/줌파 라히리) via 킨들 페이퍼화이트

오랜 시간이 걸려서 책을 읽었다. 나에게 이 책을 소개한 지인 역시 미국 대학에 교수로 있다. 감정이 그닥 풍부해 보이지않는 사람인데 (남자), 이 책을 다 보고 나서 울었단다. 흠..... 그래서 알고 싶어졌다. 어떤 책이길래 이 남자를 울렸는가?

결론적으로 난 울지 않았다. 하지만, 눈물샘 근처가 여러번 움찔거렸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영국에서 갓 독립한 인도, 극심한 사회 혼란 속에 유난히 우애가 좋은 두형제와 그 가정이 있다. 동생Udayan은 급진적인 사회 운동에 뛰어들고 형Subhash은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 얼마 후 들려온 동생의 부고. 부모님은 이십대 초반의 아들을 가슴에 묻었고 남겨진 동생의 아내Gauri는 임신한 상태였다.

자식을 잃은 슬픔에 부모는 며느리를 박대했다. Gauri는 숨죽이며 살고 있었다. 애초부터 부모가 환영하는 결혼은 아니었다. 게다가 죽은 아버지도 모르는 아이까지 가졌으니... Gauri는 이 집에서 평생을 홀대 받으며 살 것이다.

Subhash는 결단을 내렸다. 여자를 데리고 미국으로 가기로. 그래야 동생에게 진 빚을 수 있을 것 같았고, 한 인생을 구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둘은 결혼을 했고, 미국으로 가서 Udayan의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다. 말만 부부이지, Gauri는 Subhash를 남편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Subhash도 더 이상 애쓰지 않았다.

몇년 후 어린 아이Bela를 남겨두고 Gauri는 도망치듯 집을 떠난다. Bela는 Subhash를 자신의 친 아빠라고 믿고 살았지만, 미혼모가 되어 집에 돌아와서야 Subhash는 자신의 큰 아버지임을 알게된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주의를 사로 잡은 것은 두가지 였다.

1. 내가 타인의 인생에 관여해서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가?

만약에, 인생에서 만약이라는 말처럼 무의미한 말은 없지만, Subhash가 Gauri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그녀를 그냥 두고 돌아왔다면? 해피엔딩이었을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둘의 결혼으로 행복해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노 부모님과는 결혼과 동시에 연이 끊어졌다. Gauri는 평생 행복하지 않았다. Bela도 불행했다. Subhash 역시 평생 외로움과 후회로 삶을 살았다.

둘이 결혼하지 않았다면? 뭐,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겠지만, 적어도 당사자인 Subhash는 자신이 사랑한 여자와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을 것이다.

결국 자기 인생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하고 결국 가정의 총체인 사회가 평안해질테니까. Subhash의 불행은 타인의 불행, 가정의 불행으로 이어졌다.

2. 국가의 비극이 개인의 비극이 되었다.

사회의 불안이 가정에 침투했다. 역사의 비극이 가정의 비극이 되었다. 누구탓이랴? 개인의 탓이랴? 가족의 죽음과 불행은 남겨진 이들에게 고스란히 감당하기 어려운 납덩이가 되어서 돌아왔다. 누구의 탓이랴?

아마도 우리 기성세대가 좀 더 분발해야 하는 이유이다. 좀 더 살기 좋은 나라를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한다.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직장을 얻고, 열심히 일하면 대우받고, 열심히 사랑하면 사랑받는 사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평화로운 대한 민국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다시는 전쟁과 정쟁의 찌꺼기들이 우리 아이들의 숨통을 조이면 안된다.

책을 한 권 읽고 나는 애국자가 되었다. 이 책을 내 모든 친구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