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안식년으로 와서 7월부터 영어 원서 북클럽에 참석했다. 이 책은 이 북클럽에서 처음으로 읽은 책이다. 한국까지와서 영어로 된 책을 사서 읽다니… 하지만, 영어에 대한 감을 꾸준히 갖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영어소설을 꾸준히 읽을 수 있는 지구력을 얻게 되었다. 미국에 돌아가서도 영어책을 꾸준히 읽을 예정이다.
한국에는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로 번역된 이 책은 소아암을 앓고 있는 두 주인공 (Hazel과 Gus)의 러브스토리이다. 하지만, 싸구려 사랑이야기도 뻔한 사랑이야기도 아니다. 죽음을 담담하게 맞이하는 Gus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Hazel에게서 어른인 나는 참 많이 배웠다.
개인적으로 ‘죽음’이라는 주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신앙을 갖기 전에는 죽음이 마냥 무서웠다. 예수님을 믿고 있는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언제든 부르시면 나는 간다’로 생각이 바뀌었다. 물론 남아있는 가족이 눈에 밟히기는 하다. 이 책은 세상의 많은 문제들 (암, 우울증, 걱정)이 모두 죽음의 부작용이라고 표현한다. “Worry is yet another side effect of dying.”
이 책과 영화 (영화도 꼭 보길 추천한다)의 백미는 친구인 Isaac이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복수’를 하러 간 장면이다. Isaac이 암으로 두 눈을 모두 잃자 여자친구는 말없이 떠났기 때문이다. Hazel, Gus, Isaac 세사람이 Isaac 전 여친의 집으로 쳐들어 간다. 집 밖에 세워둔 전 여친의 차를 발견한 Gus는 준비한 달걀을 두 눈을 잃은 Isaac에 던지게 한다. 몇 번 실수를 통해서 Isaac은 통쾌하게 전 여친의 차를 정확하게 맞춘다. 세 친구는 환호한다.
하지만, 문이 열리고 전 여친의 엄마가 나타난다. 당황한 세 친구. Gus는 기지를 발휘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Ma’am, your daughter’s car has just been deservedly egged by a blind man. Please close the door and go back inside or we’ll be forced to call the police.” 저기요, 어머님의 따님의 차는 지금 맹인에게 달걀 세례를 ‘당연하게’ 받았습니다. 문을 닫고 들어가시던지 아니면 우리가 경찰에 전화해야 할 것 같아요. 전 여친의 엄마는 문을 닫고 사라진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Gus는 친구들에게 ‘사전 장례식’을 부탁한다. Gus는 죽고 Hazel은 남는다. 누구는 죽고 누구는 남는다…. 이 책은 다음 학기 노인보건학 수업에 활용하면 어떨까 한다. 죽음에 대해서 나눌 얘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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